[Special Edition 파트4]저비용항공사 운임 얼마나 싼가

저비용항공사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10%에도 못 미쳤던 국내 항공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3%로 뛰어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형항공사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데, 서비스는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비용이 저렴하니 안전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고정관념도 무너졌다.

 
부모님이 제주도에 계시는 회사원 박민철(32•서울 거주)씨는 이번 설 연휴에 제주도에 가기 위해 항공사 운임을 알아봤다. 박씨는 대형항공사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서울(김포)-제주 노선 운임을 비교해봤다.

설 하루 전인 2월 9일 대한항공의 서울(김포)-제주 노선 운임은 10만7000원. 11일(설 다음날) 돌아오는 운임(10만7000원)까지 합하면 총 21만4000원의 비용이 든다.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의 운임은 9만3000원, 왕복 18만6000원이다. 대한항공에 비해 약 3만원 저렴하다. 박씨는 생각했다. “가격이 저렴하면 그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일까?”

가격•서비스•안전성 3박자 갖춰

“대형항공사를 탈까? 저비용항공사를 탈까?” 박씨뿐만 아니라 국내선을 이용하려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했을법한 고민이다. 과거 고객들은 저비용항공사를 꺼려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비용이라는 가격만큼 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안전성에도 의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 서비스의 질이 대형항공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없고, 안전성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게 알려지면서 고객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1~2시간 이내의 국내선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2008년 9.7%(대형항공사 90.3%)에서 2009년 27.4%로 껑충 뛰어올랐고, 2012년에는 43.8%를 기록했다. 서울(김포)-제주 노선은 2008년 16.8%에서 2012년 56%로 점유율을 높였다. 제주도를 오갈 때 과거 10명 중 1명이 저비용항공사를 탔다면 이제는 2명 중 1명은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 저비용항공사의 전략은 명칭처럼 저비용, 저렴한 가격에서 시작한다. 사진은 제주항공의 기내 서비스 모습.
저비용항공사가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격이다. 저비용 항공사의 운임은 대형항공사 보다 20~30% 저렴하다. 특히 여행은 보통 가족단위로 가는데, 저비용항공사를 이용한다면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설 연휴기간(성수기 기준) 서울(김포)-제주 노선으로 보면, 4인(성인) 가족의 대한항공 왕복 운임은 85만6000원(10만7000원×4)이고, 제주항공은 74만4000원(9만3000원×4)이다. 무려 11만2000원의 차이가 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의 전략은 명칭처럼 저비용•저렴한 가격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는 기내식, 등급별 좌석 등 전반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항공사와 달리 운항안전 관련 외의 운영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저렴한 가격으로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다.

고객에게 얼마나 친숙한 가격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것이다. 저비용항공사의 가격전략은 국내 항공시장에서 제대로 통하고 있다. 국내 항공시장은 과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강체제였다. 두 항공사는 풀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비용 정책을 펼쳤고, 고객은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탄생했고,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이 뒤이어 출범했다. 그들은 ‘저비용’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이 저렴해졌고, 다양한 항공상품이 제공됐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것이다. 또 양강체제에서 저비용항공사의 시장 참여는 항공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시장을 성장시켰다.

 
다소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다. 기존 대형항공사가 신생 저비용항공사의 시장 침투를 막기 위해 출범시킨 ‘파이터(Fighter) 브랜드’다. 국내엔 대한항공이 100% 출자해 만든 자회사 진에어와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이 있다.

현용진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을 잠식하는 경쟁자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편”이라며 “어느 업계에서나 파이터 브랜드는 존재하는데 보통 기존 보유 브랜드 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입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 교수는 “하지만 파이터 브랜드의 이용률을 어느 정도 선으로 제한한다”며 “메인 시장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저비용항공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문제가 거론되면 진에어, 에어부산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으로 달려가 의견을 묻는다”며 “저비용항공사간의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고객을 유혹하기 위한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서비스는 대형항공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간단한 음료가 제공되고 승무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풍선아트 서비스, 사진서비스, 매직쇼, 일러스트 서비스 등 기내 펀(Fun)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영철 제주항공 상무는 “물질적인 서비스가 아닌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서비스의 질은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지닌 강점이다. 해외 항공사의 경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최소한의 서비스만을 제공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15㎏ 이내의 무료위탁수화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해외 업체의 경우 위탁수화물은 별도로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또 음료수, 신문 등 국내에선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래서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해외 저비용항공사와 비교해 ‘하이브리드 저비용항공사’라고 불린다. 운임은 대형항공사보다 낮췄지만 그에 비해 서비스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선 이용객 43.8% 저비용항공사 선택

 
안전성도 확보했다. “국토해양부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저비용항공사에게 안전성에 대해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현재 국토해양부에선 항공기 운항•정비•안전관리•조종사 훈련•객실•서비스 등 2000여개 항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당연히 매번 합격점을 받았고, 현재 운항하고 있다. 국토부의 항공기 안전점검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제주항공은 새롭게 개정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6th Edition’ 인증을 받았다. 현재 IOSA 인증을 받은 국내 항공사는 제주항공,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뿐이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이 처음으로 6th Edition 인증을 받은 것이다.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두 회사간 안전에 대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저비용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항공사가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면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며 “항공업에서 안전성 확보는 필수조건이다. 대형항공사와 비교할 필요도 없지만 만약 비교한다면 뒤떨어질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대형항공사에 비해 아직은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며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조종사 훈련, 정비사 육성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서비스•안전성 3가지 요소에 힘입어 실적 턴어라운드 한 저비용항공사도 있다. 제주항공은 2010년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영업이익 138억원을 기록, 흑자전환했다.
박용선 기자 brave11@thescoop.co.kr |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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