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멤버십 가격 인상
당장 회원 이탈 영향 없지만
가격만 올렸다간 큰코다쳐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 가격을 올렸다. 2900원에서 4990원으로 무려 72.1%나 인상했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혜택을 생각하면 5000원 이내는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은 얼마일까. 아울러 쿠팡의 가격 인상은 이번이 마지막일까.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72.1% 인상했다.[사진=뉴시스]
쿠팡이 와우 멤버십 가격을 72.1% 인상했다.[사진=뉴시스]

# 40대 이진주(가명)씨는 쿠팡 없인 살 수 없는 주부다. 그는 간단한 식재료부터 옷, 반려동물 간식까지 쿠팡에서 구매한다. 애써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주문한 다음날 문앞까지 배달해주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쿠팡 이용 빈도가 늘면 늘수록 결제대금도 그만큼 불어나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면 되레 이득이란 생각에 쿠팡앱으로 향하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다.

이씨가 지난 5월 한달간 쿠팡에서 쇼핑한 목록을 보자. 그는 식재료를 사는데 11만1750원을 쓰고, 각종 생필품을 11만7720원어치 샀다.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을 사는 데에도 3만6840원을 썼다. 초등학생 아들의 문구류는 2만3840원, 이씨가 읽을 책은 1만2600원에 구입했다.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도 4만6400원어치 샀다.

이렇게 이씨가 5월에 쿠팡에서 결제한 금액은 총 34만9150원이다. 하지만 실제 쓴 돈은 25만2640원이다. 이씨의 옷과 아들의 상·하의(3만5000원·1만6900원·2만2130원)가 생각했던 것처럼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했고, 커피(9880원)와 책(1만2600원)도 구매를 철회했다. 건당 반품비 5000원, 총 2만5000원의 반품비가 발생했을 테지만, 이씨는 반품에 0원도 쓰지 않았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인 이씨에겐 반품비가 무료라서다. 

이씨가 “쿠팡 없인 못 산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그도 “여기서 요금이 더 오르면 그때도 쿠팡 없이 살 수 있을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그가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는 무료반품비 1회 가격 기준 5000원이라서다. 

# 수도권에 살다가 4년 전 제주도로 내려간 김수현(가명)씨도 무료반품 혜택 때문에 와우 멤버십에 가입했다.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추가 배송비가 붙기 때문에 반품하려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있다. 하지만 와우 멤버십은 그런 부담이 없다. 제주도는 쇼핑할 곳이 상대적으로 적어 비교 구매도 쉽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언제든 구매했다 반품해도 된다는 점 때문에 와우 멤버십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김씨 역시 멤버십 가격이 5000원 이상으로 오르면 고민이 될 거라고 말했다. “한달에 5000원 미만이면 부담스럽지 않게 이용할 수 있지만 5000원이 넘어가면 내가 그만큼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이것저것 따져볼 것 같다. 게다가 5000원이란 금액은 앞으로 더 오를 거라는 신호탄 같아서 불안하다.”


쿠팡이 지난해 12월 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72.1% 인상했다. 가격을 올렸지만, 아직은 5000원 미만이다. 무료반품비를 감안하면 ‘이탈하는 회원’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 와우 멤버십은 2019년 론칭한 쿠팡의 유료 멤버십이다. 로켓배송 상품 무료배송, 30일 이내 무료반품, 쿠팡플레이 시청 등의 혜택이 있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신규 회원 월 회비를 올린 데 이어 6월 10일부터 기존 회원 회비도 인상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쿠팡의 가격 인상전략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20조881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손실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영업손실액은 1조1209억원으로 2018년(1조1280억원) 이후 다시 1조원대로 올라섰다. 

쿠팡은 항상 ‘계획된 적자’라고 밝히지만 손실 규모를 줄여야 하는 건 그들이 늘 안고 있는 숙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또다른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이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와우 멤버십의 예처럼 가격을 끌어올리는 거다. 하지만 그럴수록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가격을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 이상으로 인상하면 이탈을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요즘엔 1000원, 2000원 오르는 게 더 크게 느껴질 게 분명하다. 


물론 가격 마지노선은 사람마다 다르다. 학원강사인 조혜영(가명)씨는 “현재 월 회비에서 조금 더 올라도 와우 멤버십을 유지할 거 같다”고 밝혔다. 이유가 뭘까. “퇴근이 늦은 직업 특성상 마트 영업시간에 장을 보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이유로 로켓프레시를 애용하고 있는데, 이미 길들여져서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볼펜 한자루를 사도 무료로 배송해주니 쇼핑은 아예 쿠팡에서만 한다.” 

3년 전 와우 멤버십에 가입한 정은지(가명)씨는 심리적 마지노선이 이보다 더 비싼 1만원이다. 무료배송과 무료반품비까지 고려한 금액이지만 여기엔 단서가 있다. 그만큼 서비스 품질이 좋아야 한다. 예전에는 로켓프레시 상품이라면 믿고 구매할 만큼 품질과 서비스에 신뢰가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는 거다. 

점점 퀄리티가 떨어지는 상품들을 받아들 때마다 정씨는 멤버십 해지를 고민한다. 바뀐 무료반품 정책도 마찬가지다.

“쿠팡의 반품 정책은 묻지도 따지지 않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용 흔적이 없는 상품’이란 조건이 붙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선 혜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와우 멤버십의 가격이 5000원을 넘어서면 고민하겠다는 소비자가 훨씬 많다는 점은 쿠팡엔 부담스러운 목소리다. 더구나 지금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쿠팡플레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쿠팡을 대체할 곳이 없지만, 언제까지 쿠팡만의 세상일 순 없다.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회비 4900원)’은 네이버페이 결제액의 최대 5%를 적립해주고, 티빙·네이버웹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 덕에 6월 현재 누적가입자 수가 800만명까지 늘어났다. 전통의 유통 강자 신세계도 스마일페이(3900원)의 혜택을 강화하며 이들을 바짝 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회원을 플랫폼 안에 묶어둘(락인·Rock-In) 더 강력한 서비스를 제시해야 하는데, 과연 쿠팡이 그걸 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이영애 인천대(소비자학) 교수는 “멤버십에 가입한 소비자는 그것이 편리하다는 것을 경험하면 가능한 한 그 자격을 유지하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누리던 서비스가 지속되지 않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돌아설 것”이라고 밝혔다.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랐으면 두배 가까이 인상된 건데, 그렇다면 비용을 추가 지불한 만큼 소비자의 기대치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업체가 그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신뢰도 서서히 깨질 것이다.”

소비자는 멤버십의 편리성을 학습하면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는 멤버십의 편리성을 학습하면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가격만 올려놓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 이 교수는 “허들(가격)을 높였는데 매출에 큰 타격이 없다면 업체 측에선 또 한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별도의 추가 혜택 제공 없이 가격 인상의 효과만 가져가려 한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한번의 인상은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업체의 노력이 느껴지지 않거나 동일한 조건의 플랫폼이 등장하면 굳이 그걸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면에서 쿠팡도 소비자도 지금 중요한 지점에 서 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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