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이언트스텝과 한은의 선택
한미 금리 역전 현상 우려하는 시장
가계부채 뒤로 하고 빅스텝 밟을까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보다 강력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충격 요법을 사용한 건데, 문제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한국은행이다. 시장이 우려하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을 피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서다. 

# 이 때문인지 한은도 빅스텝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아직 베이비스텝으로 충분하다는 반론도 많다. 더스쿠프가 한국은행이 밟을 ‘기준금리 스텝’을 따라가 봤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186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186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미 연준은 지난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끌어올렸다.

5월 빅스텝에 이은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준금리가 두달 만에 1.25%포인트나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상하는 데 9개월이 걸렸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오름세다. [※참고: 미국의 기준금리는 우리나라와 달리 ‘구간’ 형식이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1.50~1.75%가 됐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에 나선 건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올랐다. 1981년 12월(8.9%) 이후 4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5월이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거라던 시장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시장에선 다음 FOMC가 열리는 7월과 9월에도 연준이 빅스텝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곳곳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를 잡겠는 게 급선무란 판단에서다. 물가를 잡으려는 연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한 탓에 고민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다.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1.75%로 같아졌다. 미 연준이 7월에도 0.5%포인트 이상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미 기준금리 상단은 최소 2.25%가 된다. 

한은이 7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 인상)에 나서 기준금리를 2.00%로 인상해도 한미 기준금리(미 기준금리 상단기준)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도 빅스텝을 밟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은도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통위 직후 “여러 경제지표가 굉장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빅스텝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까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9일 열린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한은은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미 금리가 역전돼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도 문제가 나타난다. 전자는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을 높이고, 후자는 안 그래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기둔화세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인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을 둘러싼 경제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들이 분석한 금리인상 폭과 이유를 분석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이비스텝 인상론❶ 과한 우려 = 한은의 7월 빅스텝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경제전문가는 한은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책을 선택할 것이고 내다본다. 이유는 한미 금리 역전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과하다는 데 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 외국인 자본이 한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면 외국인 자본이 한국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뉴시스] 

한미 금리 역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자본유출이다. 한국보다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외국인이 돈을 빼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건데, 상당수 전문가는 이런 공식이 언제나 통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가장 최근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됐던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외국인 자금 흐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 기간 외국인 자금은 165억5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식 시장에선 53억60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했지만 채권시장으로 219억1000만 달러가 유입됐다.

특히 한미 기준금리가 1.0%포인트까지 벌어졌던 2019년 8월에도 빠져나간 자금은 5억2000만 달러(약 6715억원)에 불과했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방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이 무조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는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며 “자본유출 조짐이 보인다면 각종 지표가 벌써 위기상황 수준으로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포트폴리오에 따른 자금 이동은 있겠지만 위기국면에서나 나타나는 자본유출을 걱정하는 건 과도하다”며 “극심한 자본유출 현상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비스텝 인상론❷ 부채의 늪 = 가계부채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860조원에 이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면 빚을 갚지 못하는 한계가구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2361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어난 기업부채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세가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올해(1~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0.1% 감소했다. 수도권 외곽 지역을 시작으로 아파트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금리인상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데, 이는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만에 하나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면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통해 집을 장만한 서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질 게 분명하다. 기준금리 인상→대출금리 이자율 상승→이자부담 증가→소비침체→경기둔화 가속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은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이 높다는 것이 한은의 빅스텝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말을 이었다.

“우리나라 부채의 특성은 대출금리가 단기금리에 연동돼 있다는 것이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 효과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이자부담이 더 늘어나면 가계는 소비부터 줄일 가능성이 높다. 내수침체와 그로 인한 경기둔화세가 나타날 수 있다. 한은이 시장에 충격을 주는 빅스텝보다는 꾸준한 금리인상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빅스텝 인상론❸ 자본유출 = 그럼에도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유는 외국인 자본유출이다. 전문가들이 자본유출 가능성을 두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덴 이유가 있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한 상황이 2018년 한미 금리 역전 시기와 같지 않아서다. 


당시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5%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대 초반을 기록했다. 지금보다 경제 상황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지금 경제상황은 그때와는 180도 다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대로 뛰어올랐고, GDP 성장률은 0%대(1분기 0.7%)로 둔화했다. 

대외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 경기침체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숱하다. 외국인 자본이 2018년보다 시장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산업경영학) 교수는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을 감안하면 한은도 빅스텝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외국인 자본 중 채권 비중이 높이 때문에 금리를 높이지 않으면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둔화보다 외국인 자본유출을 더 우려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한국도 따라서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스텝 인상론❹ 환율의 덫 =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는 변수다.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면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상승할 게 분명해서다.

시장 상황도 2018년과는 차이가 있다. 2018~2019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를 유지했다. 그때도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달러화는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1월 이후 1200원대로 상승하긴 했지만, 그해 3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크게 떨어뜨리면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291.50원까지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1300원대라는 걸 감안하면 임계점이 머지않았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파급효과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를 잡으려는 한은의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수입물가가 올라가면 가뜩이나 치솟은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경제학)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을 오랜 기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다. “한미 금리 역전은 외환시장뿐만 아니라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통화정책은 금리를 조정해 상황을 좋게 만들려는 게 아니다.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더 악화하는 걸 막는 게 1차 목표다. 미국을 따라 금리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할 수 있다.” 

한은 금통위는 7월 13일 열린다. 미 연준은 그로부터 2주일 후인 7월 26일 FOMC를 개최한다. 한국이 기준금리를 발표한 직후다. 이후 한은은 8·10·11월, 미 연준은 9·11 ·12월 각각 세번씩 금리를 다루는 회의를 연다.

미 연준의 흐름에 한은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베이비스텝을 뗄까, 빅스텝 아님 자이언트스텝을 밟을까.  이같은 스텝이 중요해진 건 한은의 결정이 민생의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억제할 스텝을 밟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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