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꿈은 크게, 목표는 낮게 잡아라”는 말이 있다. 감당하지 못할 목표 때문에 실패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는 재무설계에서도 통용된다.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정했다가 포기하는 사례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 부부도 그랬다. 퇴직금 5000만원으로 더 좋은 집을 구하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꿈꾸고 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재무목표를 세울 때는 소득과 지출을 면밀히 따져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목표를 세울 때는 소득과 지출을 면밀히 따져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설계 2편 Review = 퇴직금을 어떻게 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양세훈(가명·45)씨와 안혜림(가명·43)씨 부부. 2년 전, 아내 안씨는 자녀 육아를 위해 1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면서 퇴직금 50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을 CMA통장에 넣어둔 부부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내 앞으로 나오는 실업급여 덕분이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실업급여가 끊기면서 부부도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남편의 월급만으론 이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하는 게 어려워지자 부부는 자연스럽게 퇴직금에 눈길이 갔다. 아내는 퇴직금을 ‘부동산 재테크’에 쓰자고 제안했다. 지금보다 환경이 더 좋은 동네로 이사한 뒤에 집값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다. 하지만 그러려면 5000만원으론 부족하고,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한다.

남편은 그럴 바엔 이 돈의 절반은 자녀 양육비(2500만원)에, 나머지는 노후 준비(2500만원)를 하는 데 활용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리지 못한 부부는 재무상담을 받아보기로 결정하고 필자의 사무실을 찾았다. 필자는 먼저 부부의 재정상태부터 파악했다.

부부의 월소득은 397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혼자서 번다. 지출은 정기지출 336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26만원, 금융성 상품 50만원 등 412만원으로 15만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식비 15만원, 통신비 3만원, 남편 용돈 10만원, 보험료 22만원, 의료비 3만원, 의류비 12만원을 줄여 총 65만원을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부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적자 15만원을 뺀 50만원이 됐다. 아울러 보험을 해지하면서 336만원의 환급금도 챙기는 데 성공했다.

■재무설계 최종편 = 먼저 퇴직금 5000만원에 관해 부부의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아내는 더 좋은 환경의 아파트로 이사하겠다는 생각이 꽤 확고했다. 현재 부부는 수도권의 자가 아파트(시세 3억5000만원)에서 살고 있는데, 부부가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살펴보니 적어도 1억5000만~2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재무 솔루션은 철저히 현실적으로 세워야 한다. “어떻게든 되겠지”란 생각으로 목표를 정하면 십중팔구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현재 부부의 월소득으론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서 생활해 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행여 집값이 장기간 오르지 않기라도 한다면 부부는 십수년간 경제적·정신적 부담에 시달릴 게 뻔하다.

그렇지만 아내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모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남편도 “부동산 재테크를 하는 게 나쁜 생각은 아니다”면서 아내의 말에 동의했다. 당장 집을 옮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필자는 아내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기로 했다. 퇴직금의 절반은 자녀 교육비, 남은 절반은 미래에 이사할 때 발생하는 비용에 쓰기로 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재무 솔루션을 시작해 보자. 필자는 ▲자녀 양육비 마련 ▲노후 준비 ▲부동산 재테크 대비 순으로 우선순위를 짰다. 양씨 부부처럼 돈을 굴릴 수 있는 자금(50만원)이 적다면 너무 많은 상품에 분배하기보다는 심플하게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게 효율적이다. 따라서 부부의 금융상품 목록에 1~2개 추가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자녀 교육비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부부는 월 20만원씩 적립식 펀드에 납입할 예정이다. 이미 2500만원을 교육비로 마련해둔 상태이므로 소액이지만 장기투자할수록 유리해지는 적립식 펀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배당주 펀드를 중심에 두고 펀드를 구성했다. 배당주 펀드는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오르지 않으면 배당을 얻는 방식으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재테크 초보인 부부에게 적합하다. 다만, 펀드는 어디까지나 투자상품이므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언급했듯 CMA통장에 있던 퇴직금 5000만원 중 2500만원은 자녀 교육비로 쓸 예정이므로 예금통장으로 옮겼다. 남은 2500만원은 부동산 재테크를 위한 시드머니로 활용키로 했다. 부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계좌도 새로 개설했다. 지난 상담에서 보험을 대대적으로 손보고 받은 해지환급금 336만원을 저축하기 위해서다. 이 계좌는 경조사비·여행비·세금 등 비정기 지출을 관리하는 용도로 쓰기로 했다.

비상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럽게 큰일을 당했을 때 보험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부부는 예금 통장을 만들어 30만원씩 납입하기로 했다. 나중에 큰 사고 없이 목돈이 쌓이면 즉시연금에 한꺼번에 납입하는 방법도 고려하기로 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 번에 내고 일정 기간 거치한 후에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원한다면 5년, 10년을 기다릴 필요 없이 납입 다음 달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상품의 최대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정기 예금보다 금리가 높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다만, 보험사가 원금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투자를 시작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사업비 비중이 6%인 상품에 1억원을 투자하면 600만원이 빠진 9400만원으로 운용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첫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재무 상담이 끝났다. 부부가 마련한 50만원은 자녀 교육비 마련(적립식 펀드 20만원), 비상금 겸 노후 준비(예금 30만원)에 쓰였다. 퇴직금 5000만원도 부부가 합의한 대로 부동산 재테크 준비(2500만원)와 자녀 교육비(2500만원)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내가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진 남편 양씨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외벌이 부부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건 물론이고, 지난 상담에서 용돈까지 10만원 줄였으니 그럴 만하다.

아내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지 “남편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옆에서 잘 돕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값비싼 취미활동이나 여행 욕심 등 지출이 많이 나갈 만한 요소가 부부에게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만 생활하면 부부가 세운 목표를 대부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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