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종희 미디어작당협동조합 대표

“옆집 숟가락이 ○○개래.” 과거엔 이웃집에 숟가락이 몇개 있는지 알 정도로 서로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이웃은 철저히 남이다. 이런 시대에 ‘미디어작당’이란 이름의 협동조합은 소소한 이웃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공유한다. 지금은 사라진 골목의 대화, 떠나고 남은 공간을 얘기하다 보면 이웃은 다시 가까운 지기知己가 된다. 홍종희(56) 미디어작당협동조합 대표를 만나 영상에 이웃의 이야기를 담는 이유를 들어봤다.

✚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던 분들이 모여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요?
“수원미디어센터에서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던 활동가들이 모여 2017년 미디어작당협동조합(이하 미디어작당)을 창립했습니다. 다들 경력단절여성이었어요. 순수하게 마을미디어 활동을 하다가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일자리가 창출된 겁니다.” 


미디어작당은 미디어로 더 큰 세상을 작당하자고 뭉친 사람들이란 뜻을 갖고 있다. 

✚ 마을미디어…, 약간 낯선데요?
“마을미디어는 마을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나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영상으로 담는 것을 말합니다. 특별한 게 아니에요. 내 일상을 찍어서 공유하면 그게 마을미디어입니다.”


✚ 나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영상도 마을미디어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럼요. 일반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는 소소한 일이지만 주민들에겐 ‘아, 우리 동네에서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는 소식이 될 수 있잖아요. 저는 마을미디어가 지역공동체 활동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그런 구상을 하셨나요?
“사실 저는 마을미디어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2013~2014년 당시에 수원 인계동의 어느 카페에서 핸드드립 수업을 들었습니다. 나중에 함께 수업 들었던 분들과 주민센터 내에서 카페도 운영했는데, 거기서 우연히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영상 관련 강의를 한다는 전단을 봤어요. 그걸 보고 신청해서 카페 홍보 영상 만든 게 제 마을미디어의 시작이었습니다.”


✚ 그럼 처음부터 촬영과 편집 등을 혼자 다 하셨어요?
“그때 제 나이가 오십이었거든요. 영상에 문외한이었어요. 지금은 쓰지도 않는 편집 프로그램으로 겨우겨우 첫 영상을 만들어본 거죠. 홍보 영상이랄 것도 없어요. 그냥 카페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촬영했어요. 그래도 하면 할수록 스스로 성장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 미디어작당은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다양합니다. 기업과 단체를 소개하는 홍보 영상도 만들고, 기록 작업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 기록 작업이요?
“수원 인계동에 팔달10구역이라고 재개발이 한창인 곳이 있습니다. 거길 찍은 ‘안녕하세요’라는 영상이 있는데, 인물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요. 오래된 건물이 나오고 그 위로 대화만 차곡차곡 쌓입니다. 결혼 55년차 노부부, 취업 준비 중인 20대 친구들, 할아버지와 손녀 등… 그들의 대화가 잔잔하게 영상과 어우러져요.”


✚ 재개발로 사라진 곳에 살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군요.
“네. 영상을 보신 분들께서 오히려 인물을 직접 등장시키지 않은 게 더 큰 울림을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상영회도 했는데 그곳 주민들께서 ‘우린 여길 떠나지만 그래도 영상으로 남겠다’고 얘기하시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영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향교나 부국원 등 역사적인 건물들이 가진 이야기들을 기록하기도 했고요.”


✚ 작업할 때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2019년에 도시재생 관련 작업을 했는데, 그땐 좀 힘들었어요.”


✚ 어떤 점이 특히 힘드셨나요?
“경기도청이 광교청사로 이전하거든요. 그래서 그 주변에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어요. 경기도청에 근무하는 공무원 등 많은 사람을 만나 이런저런 얘길 들어봐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야죠. 지금이야 좀 해봤다고 뻔뻔하게 들이밀기도 하는데, 당시만 해도 쭈뼛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인터뷰할 사람들 섭외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 홍보 영상, 기록 작업, 도시재생 관련 작업 등 여러 가지 일을 해오셨는데, 그중 어떤 작업이 가장 재미있으신가요?
“주된 업무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단체의 홍보영상을 작업하는 겁니다. 기업의 사업 성과를 전달하는 캠페인 영상도 촬영하는데 기업들이 성장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도시재생은 도시재생대로, 기록 작업은 기록 작업대로 의미가 있지만 후자의 경우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을 나누는 작업이라 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대상이 어르신들이라 나중에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고요.”


✚ 마을미디어를 접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계실까요?
“평범한 시민으로 나름의 행복을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의 저에겐 이 일이 아주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와 함께 저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 일과 동반 성장하시는 거군요. 
“멋모르고 시작한 일이지만 이 일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이 뭐지?’ 했다가 도시재생 작업을 하면서 도시재생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예전 같으면 안 보였을 것들이 이 일을 하면서 보이게 됐습니다. 주변을 한번 더 둘러볼 수 있게 돼 흥미롭기도 하고요. 이 일, 마약 같아요.”


✚ 점점 빠져들고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사실 작업 하나하나 쉽지 않아요. 미디어작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뒤따르죠. 하지만 끝나고 나면 ‘다음엔 또 뭘 할까’ 고민하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한답니다.”

✚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1인 미디어도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미디어 홍수시대죠. 이럴 때 올바르게 미디어를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어린아이들도 꿈이 뭐냐고 물으면 ‘유튜버’라고 답하죠. 미디어작당은 홍보 영상과 기록물 제작도 하지만 마을미디어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도 가르치고요. 청소년 진로교육도 우리가 나아갈 방향 중 하나입니다.” 


✚ 미디어작당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우리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지금은 소외계층에 한발 가까이 다가가서 뭔가를 하고 싶습니다. 영상을 만들고 싶지만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 사업가나 소상공인들을 위해 힘이 되고 싶어요.”


✚ 마을미디어에 도전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저는 실버세대에게 ‘한번 도전해 보시라’고 하고 싶어요. 상대적으로 시간적인 여유가 많으시잖아요. 요즘엔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거든요. 어르신들 시선으로 주변의 이야기들을 담아놓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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