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LINC+ 사업단 공동기획
학생ㆍ연구원ㆍCEO 삼각 인터뷰
가톨릭대 + 포스코경영연구원 콜라보

소셜벤처 ㈜오롯영화를읽는사람들(이하 오롯)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자막을 만든다. 하지만 기껏 만들어 놓은 자막을 쓸 곳이 마땅치 않다. 40만명에 불과한 국내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하려는 콘텐츠 제작ㆍ배급사가 생각만큼 많지 않아서다. 가톨릭대 학생들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오롯과 함께 머리를 맞댄 이유다. 그들이 배리어프리 자막 시장을 키우기 위해 비장애인에 주목한 이유를 들어봤다.

최인혜 대표(왼쪽)ㆍ임혜령 학생(가운데)ㆍ조문제 연구원이 OTT 플랫폼에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천막사진관]
최인혜 대표(왼쪽)ㆍ임혜령 학생(가운데)ㆍ조문제 연구원이 OTT 플랫폼에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천막사진관]

✚ 배리어프리 자막이 뭔가요.
최인혜 오롯 대표(이하 최인혜 대표) : “청각장애인이 문화 콘텐츠를 오롯이 즐기기 위해 필요한 자막을 의미합니다. 화자ㆍ대사ㆍ효과음ㆍ음악 등 모든 소리 정보가 자막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소리가 없어도 영화를 볼 수 있어요.”

✚ 다소 생소한데요.
최인혜 대표 : “배리어프리 자막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에요. 국내 영화 가운데 배리어프리 자막이 들어간 영화는 1%에 불과하죠. 영화관은 물론 VODㆍOTT 서비스에서도 배리어프리 자막이 있는 콘텐츠는 좀처럼 찾기 힘들어요.”

✚ 왜 그런 건가요.
최인혜 대표 : “영화 한편의 배리어프리 자막을 만드는 데 보통 40만~50만원이 들어가요. 반면 국내 청각장애인은 40만명으로, 수가 많지 않죠. 기업들이 들어가는 비용만큼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저작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도 걸림돌이고요. 그 때문에 외국에선 배리어프리 자막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법안이 갖춰져 있거나, 보조금을 지급해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엔 그런 제도가 없죠.”

✚ 국내 시장에서 배리어프리 자막이 활성화하기 힘들 수밖에 없겠네요.
임혜령 가톨릭대 학생(이하 임혜령 학생) : “맞아요. 콘텐츠 제작ㆍ배급사들이 배리어프리 자막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설득할 방법을 찾는 걸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로 삼은 이유였죠. 주요 타깃은 OTT플랫폼이었어요.”

✚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진 않았을 것 같은데요.
임혜령 학생 : “오롯 내부 상황과 비즈니스 모델을 꼼꼼히 분석하고, 오롯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힘을 쏟았어요. 무엇보다 연구원께서 멘토 역할을 해주신 덕분에 방향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어요. 저희가 의견을 내면 연구원께서 놓친 부분을 짚어주셨어요.”

조문제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하 조문제 연구원) : “마케팅 측면에서 주로 조언을 했어요. 특히 두가지를 강조했습니다. 실질적인 아이디어여야 한다는 점과 논리성이 충분해야 한다는 점이요.”

 

오롯과 포스코경영연구원, 가톨릭대 학생들은 지난 2월 개설된 가톨릭대 ‘제3 섹터와 기업가 정신’ 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이 수업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의 일환으로, 가톨릭대 LINC+ 사업단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체결한 업무협약의 결과물이다. 지속가능한 수익원을 창출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었던 오롯은 OTT플랫폼에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공할 방법을 찾기 위해 포스코경영연구원ㆍ가톨릭대 학생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 솔루션을 찾기 위해 어디에 주안점을 뒀나요.
임혜령 학생 : “중요한 건 배리어프리 자막을 도입했을 때 기업들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느냐는 거였어요.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얻는 게 없으면 지속성이 떨어지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작아요. 시장이 크고 수요가 많아야 기업들도 투자를 할 테니까요. 어떻게 하면 시장을 키울 수 있을지 고민했죠.”

조문제 연구원 : “실제로 마케팅 측면에서 40만명(청각장애인 수)은 작은 숫자예요. 관건은 비장애인에 있다고 본 거예요.”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임혜령 학생 : “먼저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와 불만을 파악하기 위해 인뎁스(In-depth)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OTT 서비스 이용자의 41.2%를 차지하는 20대와 자녀를 두고 있는 40~50대 등으로 세분화해서 의견을 들었어요. 그런데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어요.”  

✚ 그게 뭔가요.
임혜령 학생 : “배리어프리 자막의 필요성을 공감할 뿐만 아니라 있으면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어요. 심지어 비장애인들 중에서 이미 배리어프리 자막을 이용하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충분한 수요가 있다는 얘기였죠.” 

✚ 청각장애인이 아닌데 배리어프리 자막을 왜 쓰는 거죠.
임혜령 학생 : “이유는 다양했어요. 어떤 사람은 대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막을 보고, 또다른 사람은 소음이 심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 볼 때 자막을 이용했어요.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용으로 활용하기도 했어요. 특히 요즘엔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 언어습득이 느린데, 소리와 영상, 자막을 함께 보면 언어발달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어요.”

 

최인혜 대표 : “사실 이런 수요가 생긴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어요. 넷플릭스가 국내에 론칭되고 나서부터 조금씩 바뀌었어요.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배리어프리 자막을 제작해서 제공하고 있거든요.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죠.”

조문제 연구원 : “특히 요즘 20~30대는 가치소비에 관심이 많아요. 그들은 ‘청각장애인의 문화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10% 정도는 추가 비용으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말해요. 오히려 내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하면 꼭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돈도 내겠다는 거죠.”

✚ 배리어프리 자막을 도입하면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의 수요도 잡을 수 있다는 거네요.
조문제 연구원 :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OTT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략이 되는 셈이죠.”

✚ 학생들과 전문가가 제안한 솔루션이 실제로 도움이 됐나요.
최인혜 대표 : “회사 내부적으로 피봇(사업 모델을 고도화하거나 전환하는 것ㆍPivot) 회의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OTT기업과 접촉하지 못했어요. 극적으로 솔루션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우리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른 누군가가 한번에 해결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죠. 하지만 이번에 얻은 게 많아요. 어떤 결과물을 냈느냐보다 우리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과정과 시간들이 더 가치 있었어요.”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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