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동민 ㈜캐시스 대표

효율적이지 않고 낡은 것을 깨뜨리는 게 혁신이다. 혁신해야 발전한다고 외쳐대지만, 의외로 혁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장이 많다. 지동민(40) ㈜캐시스 대표는 공장·건물 등의 사물을 인터넷과 연결하는 산업용 IoT를 클라우드가 아닌 엣지 컴퓨팅으로 제어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하지만 글로벌 공룡이 선점한 시장은 견고하기만 하다. 보수적인 시장에서 그의 혁신은 과연 통할 수 있을까.

지동민 대표는 엣지 컴퓨팅 방식의 산업용 IoT 관제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지동민 대표는 엣지 컴퓨팅 방식의 산업용 IoT 관제 시스템을 개발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대기업 연구원 출신인데, 창업에 나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규모가 큰 회사는 에어컨이나 조명 등을 중앙시스템으로 관리합니다. 그게 산업용 IoT 분야인데요. 그 분야 탑티어(Top-tier) 기업이 독일의 지멘스입니다. 창업 전 마지막으로 다녔던 LG전자에서 근무할 때 ‘타도 지멘스’라는 과제가 떨어졌어요.”

✚ 타도 지멘스요? 
“네. 지멘스를 3년 안에 따라잡겠다는 목표였어요. 그런데 그 방법이 참 답답했어요.”

✚ 왜요?
“지멘스를 잡겠다면서 그들이 오래전에 개발한 시스템을 분석해 카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그게 윈도 기반의 시스템입니다. ‘세상이 어느 땐데 윈도냐, 웹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먹힐 리가 없죠. 답답한 마음을 갖던 중 아는 분이 창업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게 2017년 일이네요.”


✚ 그럼 동업으로 시작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그분께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 사업을 하는데 현장에 가보면 구시대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클라우드 방식은 없느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할 수 있다’고 했더니, 그럼 한번 해보라고 해서 창업에 이르게 된 겁니다.


✚ 창업 후엔 마음껏 기술을 개발하셨나요?
“1년 반 연구해서 클라우드 서버 기반 관제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그런데 출시를 하고 보니 다들 이미 하고 있더라고요. 처음 개발할 때 생각한 가격대가 있는데, 경쟁이 붙으니까 시장 가격도 점점 내려가고요.”


✚ 냉정한 현실을 경험하신 셈이네요. 
“이렇게 해선 먹고살기 힘들겠단 위기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피보팅(Pivo ting·기존 아이템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 방향을 어떻게 바꿨나요?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에서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 어떤 차이가 있나요?
“산업용 IoT 관제 플랫폼은 대부분 클라우드 방식입니다.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비쌉니다. 트래픽, CPU 사용량, 데이터 저장량에 따라 요금이 부과됩니다. 특히 데이터 저장비용이 비싸요. 전체 비용이 100이라고 하면 데이터 저장비용만 80을 차지하죠. 우리는 엣지 서버를 이용한 산업용 IoT를 개발했는데, 이 엣지 서버는 산업 현장 표준 프로토콜을 지원해서 설정만으로 여러 설비와 통신이 가능합니다.”

✚ 좀 쉽게 설명해주시겠어요?
“공장에 가면 터치패널이 있습니다. 그걸 통해 보일러 온·오프, 컨베이어 벨트 상태 등을 점검하죠. 온갖 현황이 화면에 쫙 떠 있어요. 그걸 웹으로 할 수 있게 만든 게 우리의 엣지 서버입니다. 패널이 없어도 우리가 제공한 주소에 접속하면 PC, 스마트폰, 패드를 통해 얼마든지 공장 상황을 볼 수 있습니다.” 


✚ 건물 지하의 어두컴컴한 관제실을 웹으로 옮긴 거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기존 방식보다 비용도 절반 이상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어서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 주로 어떤 현장에서 쓰이나요?
“어디든 가능합니다. 사업 초기라 주로 태양광 발전소 위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 한결 편리하고 비용 절감 효과까지 확실하면 엣지 컴퓨팅 방식으로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겠네요.
“나중엔 대형 건물 공조시스템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글로벌 공룡들이 꽉 잡고 있어서 쉽지 않습니다.”


✚ 앞서 말한 지멘스 얘긴가요?
“지멘스나 슈나이더 같은 유럽 기업들이 쌓아 올린 성이 워낙 견고합니다. 이 분야 최고의 별이 있는데 다른 데 눈길을 주겠어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우리 회사가 노트북을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죠. 아무리 차별점이 있다고 해도 사람들에겐 삼성이나 LG의 노트북이 최고잖아요.”

✚ 글로벌 공룡을 피할 전략이 있나요? 
“정부의 큰 사업이나 기존의 대형 건물은 아마 기존의 클라우드 방식으로 계속 갈 거 같습니다. 그래서 우린 틈새시장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 틈새시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지만 비용 때문에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규모의 건물이나 공장들이 있거든요. 그런 곳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성을 알아봐 주는 곳들이 있어서 수주는 끊기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설치해달라고 해서 수행 중입니다.”


✚ 이력을 보면 해외 수주도 있던데 너무 겸손한 거 아닌가요? 
“인도의 한 공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는데 직접 진출한 건 아닙니다. 우리 정부와 인도 정부가 함께 연구개발하는 과제를 고객사가 수주하면서 얼떨결에 진행해본 겁니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고객사와 계약해서 일만 해외에서 한 셈이죠.”


✚ 그래도 기술력과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않나요. 
“차별점을 위해 엣지 컴퓨팅 방식을 개발했지만, 세계 시장의 주류인 클라우드 방식이 바뀌진 않을 것 같습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죠?
“이쪽 산업용 장비 분야가 꽤 보수적입니다. 새로운 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이나 차세대 현장에선 그래도 새로운 걸 시도해보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얼마나 검증됐다고…’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겁니다.”


✚ 스타트업이라서 어려운 건 없나요? 
“왜 없겠어요. 개발만 10년 넘게 해와서 개발 빼곤 다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눈높이에 맞는 인력을 찾는 게 쉽지 않아요. 우리 회사에 가장 많이 지원하는 전공이 뭔지 아세요?”


✚ 아무래도 이공계 쪽이겠죠.
“아뇨. 호텔경영학이요.”

✚ 산업용 IoT와 호텔경영이 무슨 연관이 있나요?
“코로나19로 호텔 업황이 어려우니까 퇴사하고 정부 지원 교육 6개월 받아서 지원하는 겁니다.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당장 실전에 투입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거죠. 그래서 포기해야 하는 일들도 있어요.”

✚ 뭘 포기하고 있죠?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욕심나는 일이 들어오면 고민에 빠집니다. 그래서 외주 시스템을 많이 활용했는데, 내년부턴 인력을 충원해서 내재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수비적이었는데, 이제 공격적으로 나서봐야죠.”


✚ 캐시스의 목표는 뭔가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 무슨 생태계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필요한 게 생기면 앱스토어를 이용하잖아요. 캐시스의 엣지 서버는 설비를 운영하는 많은 회사에 스마트폰 역할을 하고, 캐시스는 앱스토어가 되는 겁니다. 주류 시장을 바꾸는 게 당장은 쉽진 않겠지만, 그것이 캐시스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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