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페라 역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작곡가가 있다. 이탈리아의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다. 베르디는 고국 이탈리아의 통일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오페라를 작곡할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속국이었다. 지방 소도시들은 화합은커녕 분열하기 일쑤여서 통일은 이탈리아의 먼 꿈이나 다름없었다. 베르디는 갈라져 있는 민족이 하나로 뭉치도록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의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오페라 소재를 끊임없이 탐색했다. 오페라 ‘아틸라’는 그중 하나다. 베르디는 예술가였지만 이탈리아의 대표
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는 경영컨설턴트 A씨로부터 한가지 질문을 받았다. “어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를 만들면 될까요?” 필자는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그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줬다.“미술 관련 NFT 어때요? 유망할 듯해요.” 필자는 A씨가 무슨 답을 바라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필자가 아트와 NFT의 상관관계를 종종, 아니 자주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명한 글도 기고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A씨가 아트 NFT에 참여하기 위해 ‘확인사살’을 했던 거였다. A씨는 아트
오페라 ‘세르세(Serse)’는 당대의 작곡가 헨델이 국왕극장(The King’s Theatre)을 위해 작곡한 마지막 오페라다. 1738년 국왕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의 소재는 고대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왕과 그의 그리스 원정이다. 코미디의 요소를 활용한 풍자,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등 익살극과 비극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는 점에서 오페라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오페라 ‘세르세’는 먼저 오라토리오(oratorio · 동작이나 무대장치 없이 가수와 합창단이 함께 공연하는 형식)로 연주되다가 헨델이 전곡을 다시 작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이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많이 들려온 말이다. 변화의 중심엔 ‘대면→비대면’이 있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분야는 아무래도 시각예술계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만 해도 시각예술계에서 ‘비대면’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몇 젊은 작가 사이에선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이 네이버·카카오·구글 등 포털에서 검색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작가들도 등장했다.사실 이런 변화는 시각예술계 특유의 문화가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시각예술계
오페라 ‘사랑에 미친 니나’는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코미디 장르(Comédie Larmoyante)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이다. Comédie Larmoyante는 ‘눈물이 나는 코미디’라는 의미다. 감상적 코미디라는 말로도 불린다. 이 장르는 18세기 귀족의 비극과 서민의 희극을 바탕으로 탄생한 새로운 장르다. 여기엔 1789년 프랑스 대혁명도 영향을 미쳤다. 코미디 장르는 귀족의 비극으로 시작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는 형식을 취한다. 작품에 도덕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오페라 ‘사랑에 미친 니나’는 18세
오페라 ‘알체스테’의 작곡가 장 바티스타 륄리는 제대로 된 음악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악기는 물론 발레에서도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륄리는 프랑스로 이주해 궁궐의 주방 도우미로 일했다.이후 그는 타고난 처세술과 재능으로 당시 프랑스의 국왕이었던 루이 14세의 총애를 받았고, 프랑스 왕궁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오른다. 이후 륄리는 발레를 좋아하는 루이 14세를 위해 이탈리아 오페라와는 차별화한 발레 오페라를 만들어냈다.발레 무용수이기도 했던 륄리는 발레를 연출할 정도로 즐긴 루이 14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
오페라 ‘피터 그라임스’는 영국의 작곡가 벤자민 브리튼의 작품이다. 그는 영국 시인 조지 크래브의 시 ‘자치구(The borough)’에서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만들었다. 1945년 6월 7일 영국 런던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극장에서 초연했다. 벤자민 브리튼은 ‘피터 그라임스’의 성공으로 큰 명성을 얻었다.♬ 프롤로그 = 시청에 있는 회의장. 어부 소년의 죽음에 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용의자는 피터 그라임스다. 소년은 그와 함께 먼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피터를
오페라 ‘연대의 아가씨’는 이탈리아 작곡가 게타노 도니체티가 쓴 첫번째 프랑스 오페라다. 이 작품은 1840년 초연 당시 큰 인기를 누려 600회 연속 공연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연대의 아가씨는 남자 주인공 토니오의 독창곡 ‘아, 나의 친구(Ah, Mes amis)’로 유명하다. 매우 높은 하이 C를 9번이나 내야 하는 최고 난도의 기교가 필요한 곡이기 때문이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부르기 어려운 테너 아리아로 오페라 관객에게 스릴을 선사하는 아리아다.♬ 1막 = 스위스 산골짜기 마을에 프랑스 제21연대가 주둔하고 있다. 막사에서
가장 낭만적인 비극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이다. 그는 스위스의 거부巨富 오토 베젠통크의 아내와 해서는 안 될 사랑에 빠졌던 1857~1858년께 이 작품을 작곡했다. 염세주의 철학자로 불리는 쇼펜하우어의 영향도 받았다. 이뤄질 수 없는 사랑으로 상처를 받았던 바그너가 위안으로 삼은 게 ‘사랑이란 없다’고 단언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이었다.♬ 1막 = 아일랜드에서 콘월로 향하는 트리스탄의 배가 보인다. 배에는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와 그녀의 하녀 브랑게네가 타고 있다. 이졸데가 콘월
전시공간에선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때는 화가를 후원하는 사업가들을 만나기도 한다. 무엇이든 하나를 세우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집중력과 자신이 믿는 가치를 세상에 알리려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은 경영학계의 핵심이론만큼이나 공통적이면서도 굳건한 요소일 수 있겠다.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사람들을 하나 꼽자면 아마도 화가인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사업가와 화가들이 의외로 많은 사람과 가까이 지낸다는 거다. 동류同流는 서로 뭉친다는 말처럼 ‘서로 비슷한 면을 갖
“길은 왜 다 구불거려요?” 구불거리는 길이 가득한 커다란 지도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동현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길은 너무나 길고 종이는 조그맣기 때문이에요.” 서울시립미술관이 자신의 내면에 몰입해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치고 있는 발달장애·정신장애 예술가를 소개한다. 자신 안에 갇혀 외부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열려 있는 22인의 작품 737점을 만날 수 있다.산책, 그림자, 지하철 노선도 등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일상적 소재와 재료도 그들의 시선이 닿으면 놀라운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길
밑그림을 그린 뒤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거기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로 표현하는 ‘가게에’. 그림자 회화라고도 불리는 가게에는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균형,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가게에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한데, 이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주인공이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받는 ‘후지시로 세이지’다. 그가 98세를 맞아 국내 최초로 대규모 전시를 연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후지시로의 가게에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
문득 어느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때론 페인팅에 기반한 구상회화가 비구상보다 어려울 때가 있다.” 형태로 메시지와 뜻을 전달하기에 더욱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관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뉴미디어아트·AR·VR·메타버스 등 기술이 발전하는 시기엔 회화적 표현이 더욱 쉽지 않을 듯하다.하지만 사람의 심리에 주는 가치를 갖고 있는 페인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변화를 거듭하는 세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으니 모든 건 변화하면서도 궁극적으론 또 결합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희명 작가는 지금
여름 클래식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두번째 장이 열린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특정 작곡가를 선정해 그들이 남긴 작품을 다채롭게 조명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열흘 동안 독주회부터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 등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막이 올랐던 지난해엔 독일 작곡가 베토벤이 주제였다. 올해의 주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와 낭만주의를 이끈 독일 작곡가 브람스다.‘탱고의 황제’라고 칭송받는 피아졸라는 정열적인 전통 탱고 음악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누에보(새로운) 탱
“단 한 줄로도 충분하다.” 더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미로에 갇히고, 자기 자신과는 멀어지는 시대. 시인이자 사진작가이자 혁명가인 박노해는 한줄의 문장과 사진으로 수많은 이들과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그가 보내는 한통의 편지엔 응축된 문장 사이마다 영감이 깃들어 있고, 가슴을 울리는 서정이 가득해 새로운 나와 마주하게 만든다. 그렇게 연재해온 것이 2400여편에 이른다. 이를 엄선해 책 「걷는 독서」를 출간했고, 동명의 특별전시도 열고 있다.박노해는 자신을 키우고 지키고 밀어 올리는 건 생각하고 읽고 쓰는 ‘걷는 독서’라고 말
주로 물방울과 양귀비꽃을 화폭에 담아내는 화가 이영수는 한국의 손꼽히는 여류 구상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가 이런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예체능 감각이 뛰어났던 부모님의 영향이 크다. 감성이 유달리 풍부했던 아버지는 집안의 예쁜 정원을 가꾸는 데 열정적이었고, 어머니는 어린 이영수에게 초등학교 시절 6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그림일기를 이어가도록 했다.정원 화분에 물을 주는 아빠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보았던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 아빠가 직접 꾸며놓은 연못 가장자리의 ‘야들야들한 양귀비꽃 몇 송이’. 이런 장면들이 성장한
숲은 다양성을 포용하는 하나의 생명체다. 서로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에게 의존하며 숲에 모습을 드러낸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현대미술’ ‘동시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 생명력을 드러낸다. 다양한 세대·국적·예술관을 가진 작가들과 이색적인 작업을 이어온 아라리오갤러리가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뉴욕 온라인 뷰잉룸(OVR)에 출품된 작가들을 중심으로 ‘숲 Foret’ 그룹전을 연다.한국 현대미술의 중심이 됐던 작가들의 1970년대 초기 작업부터 1980년대생의 감수성을 담은 작품, 일본과 독일 출신 작가의 작
굴뚝 위를 걷는 누누와 나나.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모른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떻게 굴뚝에 올라왔는지 생각한다. 굴뚝 위에서 두 사람은 싸웠다가 화해했다가 반가워했다가 춤을 추기도 한다. 똑같이 반복되는 그들의 일상에 몇 사람이 찾아온다. 성자가 될 ‘청소’, 굴뚝을 청소하는 로봇 ‘미소’, 소녀 ‘이소’다. 극단 고래의 17번째 정기공연 ‘굴뚝을 기다리며’는 20세기 대표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오마주한 연극이다. 베케트의 작품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오지 않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한국 현대사의 주요 이슈들을 재치 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조명해온 미술작가 주재환. 한국 신화를 기반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해석한 웹툰작가 주호민. 미술과 웹툰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부자父子 관계다. 이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호민과 재환’ 전시를 열고 있다.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는 아버지와 아들, 미술과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이 미술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나누는 일종의 대화다. 두 사람이 상대의 작업을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미지의 상상력을 어떻게 확장할 수
어두컴컴한 갱도 안. 쪼그려 앉아 동료의 헤드랜턴에 의지해 석탄가루가 내려앉은 도시락을 먹는다. 황재형 작가의 ‘식사(1985)’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그는 태백, 삼척, 정선 등지에서 3년 동안 일하며 그 경험을 화폭에 담았다. 화단의 주목을 받던 1980년대 초반 “미술이 사회적 변화의 수단이 되려면 직접적인 경험이 토대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강원도에 정착해 광부로 살았다.건강상의 이유로 광부 생활을 3년 만에 접긴 했지만, 이후에도 그는 고단한 광부들의 삶을 대변하는 데 집중했다. 탄광촌의 폐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