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시무스에게 코모두스는 그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가 아버지처럼 모신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목졸라 죽이고, 막시무스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까지 불태워 죽인다. 막시무스는 하루아침에 로마 최고의 장군에서 노예검투사로 전락한다. 코모두스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사내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된다.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볼 때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막시무스의 불행은 모두 코모두스 때문이었을까. 누가 뭐라 해도 직접적 원인은 코모두스가 제공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간접 원인들은 따로 있다. ‘간접 원인’이 없었으면 ‘
사람처럼 고양이도 자주 쓰는 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흥미로운 건 이게 성별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영국 퀸즈대학교의 연구팀이 고양이가 다양한 행동을 할 때 어느 쪽 앞발을 쓰는지 관찰했는데, 수컷 고양이는 대부분 왼발을 썼고 암컷은 오른발을 썼다고 합니다. 참 신기하네요. 고양이는 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을 품고 있을까요?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lhk@thescoop.co.kr
#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작업을 하니 눈이 뻑뻑합니다. 바람 좀 쐴 겸 옥상 정원을 가봅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불꺼진 사무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텅빈 사무실에 누군가 찾아옵니다. 노을입니다. # 서쪽 하늘이 노을을 만들어 유리창을 물들입니다. 무채색 창문이 캔버스로 바뀝니다. 빨간색, 다홍색, 진홍색, 노란색, 연두색…. 다양한 물감을 풀어놓은 그림 같습니다. # 창문 사이로 그림자가 비칩니다. 야근인가 봅니다. 동지가 생긴 기분입니다. 안에 있는 저분은 알까요? 지금 하늘이 얼마나 이쁜지 말이죠. 오늘도 밤늦도록 작업을
미술계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공간이 속속 재개관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갤러리 중 하나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올가을께 재개관을 앞두고 있는 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가라앉았던 전시계가 기지개를 다시 펴는 조짐으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전시는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저녁의 시간전展’이다. 전시소개에 앞서 재개관을 준비 중인 ‘아라리오’란 아트조직이 한국 아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의미를 살펴보면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우선 언더그라운드 인 스페이스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
코모두스 황제와 노예검투사 막시무스는 AD 180년 어느날 로마의 콜로세움 경기장 한복판에 서서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칼을 뽑아 들고 최후의 결투를 벌인다. 결국 두 사람은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다. ‘어쩌다가’ 두 사람이 그날 그곳에서 그렇게 맞서고 그렇게 죽게 됐을까. 누구 탓일까.대중예술에서 극작가와 감독의 시선은 주인공 편향적이고 선악善惡 대결구도에 맞춰져야 한다. 영웅은 절대선이어야 하고, 빌런은 절대악이어야 한다. 막시무스는 강직하고 사심 없고 당당하다. 반면 코모두스는 무능하고 욕심 많고 사악하기 짝이 없다. 막시무스뿐만
일반적으로 종種이 다른 동물은 서로 만났을 때 생존을 위해 다투기 마련입니다. 펭귄은 그렇지 않습니다. 종이 다르고, 사냥터가 겹쳐도 싸우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냥터에서도 서로 다른 영역에서만 사냥을 하죠. 전문가들은 펭귄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귀엽기만 했던 펭귄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lhk@thescoop.co.kr
# 물가는 연일 오릅니다. 나라 경제는 성장이 멈췄다고 합니다. 지갑은 얇아질대로 얇아졌는데, 어디서 채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취업문은 더 좁아졌습니다. 재취업의 길은 가시밭을 방불케 합니다. 그렇다고 사회적 안전망이 튼튼한 것도 아닙니다. 어제도 걱정, 오늘도 걱정, 내일도 걱정할 듯합니다. # 걱정이 먹구름처럼 밀려와 앞을 막았습니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듭니다. 막막하고, 벼랑 끝에 서있는 듯합니다. 모든 게 여기서 끝날까요? # 아닙니다. 먹구름은 이내 사라질 것이고, 그 사이에서 밝은 해가 떠오를 겁니다. 먹구름에서 내
낸시랭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개인전을 열 만큼 작품 활동에 몰입한다. 지난 2일 ‘낸시랭 : 버블코코 : 미러 플레이’ 전시 오프닝 첫날부터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낸시랭의 열정에 다양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고, 필자도 그 대열에 끼어 있었다. 사실 필자는 전시장에 조용히 들르는 걸 좋아한다. 작품을 관람한 다음 작가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전에 빠져나가는 게 이를테면 버릇이 됐다. 당연히 오프닝은 더더욱 참여를 꺼린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작품을 본 다음, 필
수천마리의 펭귄이 줄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펭귄은 조류 중에서 보기 드물게 사회성을 갖고 있습니다. 번식을 위해 무리를 형성하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죠. 적의 습격으로 진열에서 이탈한 동료나 가족을 구하려는 모습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야말로 혹한의 추위에서 펭귄이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인 셈입니다.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lhk@thescoop.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로마의 심장 콜로세움에 노예검투사로 등장한 막시무스는 한순간에 코모두스 황제를 정치적 곤경에 빠트린다. 코모두스는 황제의 권능으로 노예검투사 하나쯤 죽이는 것은 일도 아니겠지만 그것이 간단치 않다.권력이란 민심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와 같은 것이다. 뒤집어지는 바다에서는 항공모함도 견딜 수 없다. 죽은 줄만 알았던 막시무스가 등장하자 잔잔하던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한다. 권력을 받치고 있는 원로원에도 거친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코모두스가 못마땅했던 로마시민들과 원로원 의원들, 그리고 루실라 공주의 마음
#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골든아워를 활용하라고 합니다. 골든아워는 해가 뜨고 난 후, 그리고 해가 지기 전 한시간가량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노랗게 물드는 시간이죠. 하루 중 세상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할 때입니다. 사진가들은 이 시간의 빛을 노립니다. # 사진가와 빛은 가깝지만 먼 관계입니다. 사진가는 늘 빛을 쫓지만, 빛은 잘도 피해 다닙니다. 자연은 우리의 의도대로 다룰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니까요. 그러다 때론 생각지 못한 순간에 빛이 찾아와 주기도 합니다. 사진 속 이날도 빛이 불쑥 찾아온 몇 안 되는 하루였습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을 되돌아보면, 극단적인 변화의 시기는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된 것 같다. 치명적 전염병이 도는가 하면, 전세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전쟁이 터지기도 하며, 전에 없던 기술이 나타나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해서다. 전에 없던 기술 중엔 메타버스(Metaverse)도 있다. “아직은 설익은 기술일 뿐이다”는 부정적 평가와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기대감이 맞서 있긴 하지만 탁월한 엔지니어들이 언젠간 ‘설익었다’는 편견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힐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없다.이런 필자의 기대를 입증해주는 전시회가
막시무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코모두스 황제의 정치적 위기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머리 좋은 책사 팔코 의원의 계략에 따라 로마 북부군과 원로원, 누이 루실라까지 가담한 쿠데타 음모를 겨우 막아내지만, 바람이 멈추지 않는 한 파도는 계속 밀려올 수밖에 없다. 아버지를 죽이고 황제 자리를 찬탈한 코모두스. 이제 어느 파도에 그의 배가 뒤집힐지 알 수 없다. 파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이고, 바람은 곧 민심이다. 콜로세움에 모인 군중들의 목소리가 민심을 대변한다면 민심이라는 바람은 이미 그에게서 돌아선 것이 분명하다. 세상 돌아가는 모
몸을 흔들며 뒤뚱뒤뚱 걷는 펭귄.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면서 깔깔 웃을지 모르지만, 여기엔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똑바로 걸으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신체 면적이 넓어져 차가운 외부 공기와의 접촉면이 늘고, 그만큼 체온이 손실됩니다. 반면 뒤뚱뒤뚱 걸으면 신체 면적이 거의 늘어나지 않아서 체온을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죠. 어떤가요? 이제 펭귄의 걸음걸이가 조금 달라 보이지 않나요?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 월등히 커다란 두뇌, 도구를 섬세하게 다룰 수 있는 손, 무언가를 함께 할 수 있는 감정…. 이를 통해 인간은 ‘선천적인 약함’을 극복했습니다. 맹수, 추위, 배고픔, 병균을 이겨낸 끝에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했죠.# 승자는 오만했습니다. 인간이 움직이면 동물이 죽었습니다. 인간이 자리를 잡으면 자연이 사라졌습니다. 하물며 인간끼리도 반목했습니다. # 종교와 이념이 맞지 않으면 무고한 사람에게도 테러를 자행했습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전쟁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하다하다 이젠 핵무기를 장착하고 서로가 서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
갤러리엔 ‘큐레이터(curator)’가 있다. 큐레이터의 역할은 좋은 작품을 관람객이나 컬렉터의 취향에 맞춰 소개 또는 추천하는 것이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머릿속에 상당한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다면 작품을 소개하거나 추천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큐레이터 중 몇몇은 전시회를 기획하고 사업화하는 업무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들을 디렉터(director)라고 부른다. 관점에 따라 의견이 다양할 순 있지만, 디렉터급 큐레이터는 경력이 많고, 전문성을 갖는다. 예술품 쇼핑 중독자 찰스 사치의 최초 문답집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니콜로 피치니의 작품이다. 원작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코미디 극작가 카를로 골도니의 작품이다. 1760년 이 작품을 만든 피치니는 18일 만에 오페라를 작곡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에 만든 작품이지만 오페라는 큰 성공을 거뒀다. 1760년 2월 로마에서의 초연에 성공한 이후 여러 도시에서 공연했다. 오페라 ‘착한 딸, 체키나’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작품이 단순한 코미디 오페라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을 섬세하게 묘사한 것은 물론, 코믹 요소에 드라마틱한 서정성
펭귄은 생김새부터 걸음걸이까지 모든 게 사랑스러운 생물입니다. 구애하는 행동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례로, 젠투펭귄 수컷은 암컷 앞에 예쁜 돌을 물어다 놓는 방식으로 구애합니다. 같은 수컷이면 이를 거부하고, 암컷이면 기쁘게 받습니다. 그리곤 암수가 서로 맞절을 한 뒤, 받은 돌과 다른 돌들을 모아 둥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구애 행동도 참 사랑스럽지 않나요?nungnunge8@gmail.comhttp://instagram.com/nungnungehttp://www.nungnunge.com글 =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lhk@thescoo
아버지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죽이고 ‘셀프 황제’ 자리에 올라 돌아온 코모두스를 맞은 로마의 ‘민심民心’은 변덕이 죽 끓듯 한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는데, 민심이 그리도 변덕스러운 것이라면 천심도 그렇게 변덕스러운 것인가 보다. 로마로 입성하는 코모두스를 시민들은 침묵 속에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맞는다. 찬바람이 싸하다. 그랬던 로마 시민들은 코모두스 황제가 아우렐리우스 황제가 폐지해버렸던 콜로세움 검투경기를 부활시켜 신나는 ‘즐길거리’를 제공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을 펴고 환호한다.손을 흔들며 콜로세움 경기장에
# 처음 사진을 배울 때 흥미로운 게 두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흐림이었고, 다른 하나는 흐름이었습니다. 흐림은 초점입니다. 초점이 맞은 곳은 선명하고 나머지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되는 사진을 보며 신기해했죠. 배경흐림 혹은 아웃포커싱이라고 불리는 기법이었습니다. 참고로 아웃포커싱은 콩글리시입니다. 영어권에서는 shallow depth of field라고 씁니다.# 흐름은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자동차나 별빛의 긴 궤적을 담아내고 성난 파도를 잔잔한 물결로 만들었습니다. 장노출이라는 촬영 기법입니다. 카메라의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두는